2011.8.3 코펜하겐의 이곳저곳
지난 밤에 칼스버그 맥주 한캔을 먹고(칼스버그의 원산지이다. 물보다 싼 맥주) 알딸딸한 상태로 일찍 잤더니 새벽 네시에 눈이 떠진다.
더 자기도 뭐해서 지난밤 빼먹은 여행기를 정리하고 책을 들춰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어느덧 아침.
오늘은 뭐할까... 아침 산책을 해야겠지?
버스타기도 시도해볼 겸 어시스턴스교회의 묘지공원으로 아침 산책길을 정한다.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와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잠든 곳이라고 하는데, 특히 안데르센이 즐겨 산책하며 이야기를 생각했던 곳이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시청 앞 광장에서 5A버스를 타고 어디까지 가면 되더라... 어? 어?
창밖 도심풍경에 취해 멍때리고 있다가 당연하다는 듯 버스정류장을 지나친다. 늘상 있는 일이어서 그러려니 하고, 반대편에서 오는 버스를 타고 원래의 목적지로 간다.
코펜하겐 카드가 버스를 자유롭게 탈 수 있도록 도와주니 추가 요금부담도 없다.
조금 일찍 와서 그럴까? 아침 아홉시 반이면 늦은 시간은 아닐거라고 생각했는데 공원 안에 사람이 없다.
묘지의 이미지가 주는 으스스한 느낌에 조용히 주위를 살피며 키에르케고르와 안데르센이 잠든 곳을 찾아간다.
안데르센이 소중하게 여겼던 울창한 숲이 지금 나에게로 다가 오고 있다.
공원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늑하고 따스한 느낌을 준다.
넓은 대지에 빼곡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는 나무들과 그곳에서 자신들의 천국을 만끽하고 있는 많은 새들.
주위를 둘러보면 다양한 모습의 묘비가 있다. 이곳에서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지금은 하느님의 나라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듯한 모습에 찡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수많은 이들이 잠들어 있는 곳. 그곳을 산책하며 떠나간 이를 추억하고 지금의 복잡한 고민들을 털어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내 안에 있는 여러 생각할 것들이 조금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면 큰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는데.
이곳을 걸으며 좋은 방향으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지금은 가족이 된 친구가 2년전 이맘때 나에게 주었던 스티커의 문구가 떠오른다.
'OPEN YOUR EYES'
키에르 케고르와 안데르센의 묘비 앞에서 잠시 그분들의 업적(솔직히 키에르 케고르가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 잘 모른다)을 기리고 여유로운 아침 산책을 계속 한다.
공원 안을 걷다가 작은 나무에 걸린 등불 아래로 소박한 아기묘가 있어서 발길을 멈춘다.
짠 하는 울렁임이 깊은 곳에서 올라온다. 세살의 나이.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웠을까.
아가를 보내고 잊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이 바람개비에 실려 그곳으로 전해지길 바란다.
삶과 죽음이라는 것이 개인의 의지로 극복할 수 없음을...
나의 삶이 나만의 것이 아니고, 죽음 역시 나만이 겪어야할 고통이 아닐 것임을 새삼스레 깨닫고 겸손해진다.
맑은 아침 공기를 만끽한 후에 이동한 곳은 덴마크 국립미술관.
미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잘 그린 그림이 어떤 것인지는 느낌으로 알 수 있다.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울림을 주는 그림.
엄청난 규모의 전통적인 건물의 모습에 압도되고 그 안에 전시된 놀라운 작품들에 입이 떡 벌어진다.
여전히 나에게는 사실주의 작품, 그러니까 사진처럼 인물과 배경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그림들이 잘 그린 그림이다.
마치 내가 그림 속 배경으로 들어가 그 안의 인물들과 뒤섞여 왕의 뒷담화를 하고 있는 듯한 기분...
옛날에는 사진이 없었기에 이렇게 그림으로 당시의 모습을 기록하고자 하지 않았을까.
한동안 내 눈을 사로잡은 잘 그린 그림 앞에서 화가의 열정에 존경을 표한다.
프랑스 전시실에는 마티스의 작품이 여럿 전시되고 있다. '나도 이아저씨 아는데.'
괜한 반가움에 그림이 더욱 멋져보인다.
스케치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나도 자리를 잡고 눈 앞에 등장한 염소를 그려본다.
얼마만에 잡아보는 4B 연필인지.
쓰윽쓰윽 나름 비슷하게 그린다고 흉내를 내는데...
결과는 염소도 아니고 말도 아닌 알수 없는 괴동물이 되어있다.
염소한테 미안하다. 얼른 폐기해야지.
국립미술관을 나와 맞은 편에 있는 로센보그 궁전 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서점으로 놀러간다. 로센보그 궁전 안으로 들어가볼까 생각을 하지만 관광객이 많아서 발길을 돌린다.
또다른 정보를 취하는 것보다 미술관 관람의 여운을 즐기는 편이 나은 것 같아서.
내가 좋아하는 곳은, 도서관, 서점, 대학교 캠퍼스다. 그 나라의 철학과 미래를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학문을 탐구하는 목적이 개인의 호기심 충족에서 시작될지 모르지만, 각각이 모여서 사회 전체의 정체성을 만드는 것일 테니까.
예전에 마다가스카르의 안타나나리보 대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감동을 받아서 그 이후로 대학교를 즐겨 찾아간다. 일단 오늘은 서점을 가자.
다양한 책들을 살펴보고 있는 사람들. 그 무리에 끼여서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작가 찾기 놀이를 한다.
음. 무라카미 하루키를 대표로 하는 일본 작품이 꽤 보이는구나. 일본 작가의 작품들이 많이 번역되어 출간된 것을 보면서 부러워하기보더는 우리나라의 작품도 곧 그렇게 될거라는 희망을 갖는다. 소녀시대가 파리에서 대규모 콘서트를 하게 될지 누가 예상을 했을까. 우리는 훌륭한 작가를 많이 갖고 있고, 그분들의 작품이 곧 세계의 독자들을 만날 것에 의심하지 않는다.
그 시기가 아직 안왔을 뿐이지.
서점을 나와 오전에 숙소에 맡겼던 짐을 받아 새로운 숙소로 이동한다. 걸어서 십분 정도 되는 거리에 새로운 숙소를 예약해 놓았다.
혼자 쉴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저렴한 곳을 찾으려면 종종 이동을 해야한다. 요일별과 기간별로 가격이 다르니 잘 준비해야한다.
아홉밤을 자는 이번 여행에서 예약한 숙소는 다섯 곳이다. 세번째 숙소는 리치몬드 호텔.
코펜하겐은 바닷가 도시이다. 이제 바다를 보러가야지. 26번 버스를 타고 시내를 가로지르면 금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내 눈을 사로잡는 거대한 크루즈선.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선실에서 나와 코펜하겐 시내를 내려다보는 관광객들의 모습에서 여유로움이 보인다.
나는 혼자니까 저렇게 큰 배를 타면 더 외로울거야. 나중에 짝과 함께 타고 유럽 연안을 여행해야지.
지금은 이렇게 큰 배가 있다는 사실이 무척 신기할 뿐이다.
아주 우연한 곳에서 한글을 발견했다. '응?'
가까이 가서보니 덴마크의 병원선이 한국전에 참전한 것을 기념하는 비란다.
병원선이라... 군대 파견이기는 하지만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인어공주다!'
너무 유명한 곳이어서 주변이 소란스럽다. 시내에서는 보기 힘든 한국 관광객분들도 많이 보이고, 세계 곳곳의 여행자들이 다들 찾아오는 곳이다.
아주 작은 인어공주 조각이 세계인의 발길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을 위해 자신의 가장 소중한 목소리를 내어준 숭고한 희생의 마음을 이곳을 찾아온 어른들도 기억하고 있을까.
상처받지 않기 위해 움츠리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나에게 인어공주는 다시한번 용기를 내라고 응원해주고 있다.
동심은 그런거다. 넘어져 상처가 나더라도 금세 울음을 그치고 털고 일어나 다시 웃을 수 있는 마음.
인어공주와 작별인사를 하고 시청 옆에 있는 티볼리 공원에 간다. 오늘 일정이 빡빡하구나 라고 생각하겠지만, 어디에서건 내가 하는 일은 사진을 찍고 벤치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과 경치를 바라보는 것 뿐이다. 그러다 심심해지면 다른 장소에가서 다시 유유자적 놀이를 즐긴다.
티볼리공원은 1847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코펜하겐 시민들의 오락거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160년전에 지은거란다.
기차역과 시청 중간에 있는 티볼리 공원. 그러니까 도심 한복판에 있는거다. 누구나 찾을 수 있고, 나무들이 우거져있어 휴식처로 아주 좋다.
여름 저녁의 시원함을 즐기기 위해 찾아온 많은 인파에 휩쓸릴 수도 있지만 벤치에 자리잡고 그들을 바라보는 나는 편안함을 느낀다.
롤러코스터도 안타고, 빙글빙글 도는 접시같은 것도 안타고, 그저 사람을 보고 맑은 공기를 느끼고 음악을 들으며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니까.
일곱시에 공원 입구 왼쪽에 있는 무대에서 공연하는 말없는 연극에 푹 빠진다. 음악과 춤, 동작으로만 이루어져서 어린아이나 나같이 말을 못 알아듣는 사람도 즐겁게 볼 수 있다.
그래도 내용은 잘 이해가 안되지만... 어여쁜 발레리나 아가씨의 화려한 무용을 본 것에 만족한다. 새로운 명제 추가, '발레리나는 이쁘다.'
스트뢰이어트로 가서 마지막으로 보내는 코펜하겐의 만찬을 즐긴다.
낙농업이 발달한 국가니까 소고기를 먹어야지. 시원한 맥주 한잔과 곁들이는 식사는 오늘 하루의 피로를 순식간에 날려준다.
역시 사람은 잘 먹어야 기분이 좋다.
밤이 되니 날씨가 썰쌀해진다.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다녔는데 지금은 춥다. 숙소로 돌아가야지.
해가 지면서 어둠이 내려오고, 가로등이 켜지면서 도시의 밤이 시작된다. 밤을 맞이하며 숙소로 걸어오니 시간은 열시가 가까워지고 있다.
하루가 많이 긴 나라구나 이곳은....
< 자전거 유모차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아빠와 딸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
< 어시스턴스 교회 묘지는 녹음이 우거져 있어서 아침 산책 장소로 아주 좋습니다. 간간히 조깅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
< 어시스턴스 교회. 문이 닫혀 있어서 안으로 들어가볼 수가 없었네요. 아쉽습니다. >
< 잠든 소녀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는 모습에 마음이 찡합니다. >
< 동화 작가 안데르센의 묘. 은은한 붉은 빛의 묘비가 인상적입니다. 그가 살아있을 때 이곳에서 산책하는 것을 즐겼다고 하니 지금도 행복하리라 믿습니다. >
< 기타를 연주했던 음악가이시겠죠. 음악과 함께 영원하시길.... >
< 아가를 사랑하는 엄마 아빠의 마음이 꽃향기와 더불어 바람개비에 실려 전해지길 바랍니다. >
< 코끼리를 좋아했던 아이였겠죠. 아픔 없는 곳에서 편안하길 바랍니다. >
< 묘지 공원을 나와 길을 걷는동안 평화를 그리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
< 자전거는 코펜하겐의 일상입니다. 건강해 보입니다. >
< 덴마크 국립 미술관의 위엄. 많이 큰데 사진으로는 표현이 잘 안되네요. >
< 달달한 브라우니와 부드러운 카페라떼의 조합은... 햐아~~ >
< 저는 밝은 색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원색이 많이 들어간 그림에 시선이 오래 머뭅니다. >
< 너무나도 매끄러운 가운데 아저씨의 노랑바지. 그림 안으로 들어가서 저도 함께 얘기하면 재밌을텐데요. >
< "자네 뭘 보고 있는겐가? 밥먹는거 첨 보나" >
< 평일의 미술관은 한산합니다. 의자에 앉아서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
< 제 염소 그림. 생각 따로 몸 따로인거죠. 염소야 미안 >
< 한동안 이 커다란 그림을 바라보았는데요. 구원을 갈구하는 사람들의 표정없는 모습이 슬펐습니다. 우리의 모습이 이러면 안되겠지요. >
< 클림트가 연상되는 그림인데요. 이 그림이 더 오래전의 그림이죠. >
< 의자에 앉아서 음악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클래식과 명화의 조화... 관람객을 위한 배려가 돋보입니다. >
< 드디어! 제가 아는 작가입니다. 마티스의 그림이죠. 참고로 마티스는 프랑스 화가입니다. >
< 역시 마티스의 그림입니다. 좋은 그림은 자꾸만 보고 싶게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
< 미술관은 한산해야 좋습니다. 서울의 유명 미술관은 주말에 사람들이 많죠. 많은 관심을 수용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미술관과 전시회가 열리길 기대합니다. >
< 로센보그 궁전입니다. 안에는 안들어가고 주변에서 쉬었습니다. 사람이 많이 있네요. >
로센보그 궁전의 앞마당.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유롭습니다. >
< 덴마크어로 출간된 하루키의 책들. 우리나라의 좋은 작품들도 세계의 독자들에게 읽는 기쁨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 도시 곳곳에 있는 코끼리가 기념품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아기자기한 코끼리가 많이 있습니다. >
< 한마리 영입해서 책상위에 올려놓으면 좋을텐데요. 감상만으로 만족합니다. >
< 이번주가 코펜하겐 패션주간이랍니다. 뭘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리따운 금발의 리포터가 방송을 녹화하고 있습니다. 전 자꾸 시선이 끌리는데 다른 사람들은 별 관심을 주지 않더군요. >
< 코펜하겐 동쪽 바닷가입니다. 커다란 크루즈선을 타고 유럽 곳곳을 여행합니다. >
< "덴마크 병원선 유틀란디아호 한국전 참전 기념비" 1951.1.23 ~ 1953.10.16 >
< 숭고한 희생정신이 아름다운 인어공주. 여자이기 때문에 희생하는건 아니지요. 남자도 사랑을 위해 희생 해야합니다! >
< 생각이 많은 표정입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동안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요. >
< 제가 이름을 지었습니다. '문신 코끼리' >
< "안데르센 아저씨 어딜 보고 계세요?" >
< 티볼리 공원의 입구. 코펜하겐 시민들의 휴식 공간입니다. >
< 전 휴식이 좋습니다. 벤치에 앉아서 쉬기 >
< 30분동안 즐겁게 관람했던 무언극. 강도가 나오고 돈을 뺏고 춤을 추고...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가 안가지만 그냥 재밌습니다. >
< 티볼리 공원은 넓은 광장은 없지만 산책로를 따라 나무들이 많아서 시원함을 전해줍니다. >
< 하루종일 돌아다니느라 고생했으니 오늘 저녁은 맛있는 걸 먹어야죠. 스테이크와 치즈가 궁합이 잘 맞습니다. >
< 시원한 저녁 공기를 마시며 노천 카페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 도시가 깨끗하기에 가능한 일이겠죠. >
< 늘 시청 앞을 지나게 됩니다. 저녁의 시청은 은은한 노란 빛으로 물듭니다. >
< 코펜하겐에서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저뭅니다. >